정치 정치일반

기존 법개정 배제 과잉 입법땐 법체계 흔들 ‘옥상옥’ 부를수도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07 17:10

수정 2014.11.05 11:49

기존 법개정 배제 과잉 입법땐 법체계 흔들 ‘옥상옥’ 부를수도

급속한 사회경제 변화를 큰 그릇에 법률로 담아낼 '기본법' 제정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민주화 관련 이슈를 총망라한 '경제민주화기본법' 제정 움직임 속에 '자원순환기본법'과 '소상공인기본법' 등 경제.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큰 입법들이 추진되고 있는 것. 바야흐로 '기본법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사회경제의 틀이 바뀌고 소비자 마인드도 바뀌고 있는데도 개정안 등 일부 손질에 그치는 미봉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운 정책 개념과 방향을 제시하려는 기본법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자칫 입법실적주의나 현실보다 앞선 과잉 입법으로 치달아 기존 법체계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공청회 등 충분한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게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야, 기본법 발의 경쟁 돌입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경제민주화기본법을 완성하고 오는 9∼10월께 관련 법안을 제출한다.

본지가 단독입수한 '경제민주화기본법 제정 법률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경제민주화위원회'를 설치해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정책을 수립.조정하고 그 시행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경제민주화위원회'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 협의를 거쳐 경제민주화 기본 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도록 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19조 2항에 규정되어 있는 경제민주화 조항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기본법을 제정, 다양한 분야의 경제민주화 이슈들을 포괄함으로써 헌법의 경제민주화 가치를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제도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추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경제민주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개정 법안들뿐만 아니라, 향후에 만들어질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도 포괄적이고 근본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모든 재활용 가능한 물품을 폐기물로 간주하는 현행 폐기물처리법과 별도로 재활용 가능한 물품을 자원으로 인정 관리하는 '자원순환 기본법'도 올 하반기 빛을 보게 될 전망이다. 이 기본법은 여야 모두 관심을 쏟고 있어 발의와 동시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체계에서는 가정에서 분리배출된 모든 재활용품이 법적으로는 폐기물로 규정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데 법적 규제가 따랐다. 때문에 이 기본법이 통과되면 국내 친환경산업에 일대 변화가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진보정의당에서는 중소상인의 기본 권리 보장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기본법' 제정 관련 공청회를 내달 중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을 준비 중인 김제남 의원실 관계자는 "중소상인의 사업보호를 자율협의가 아닌 법적으로 강력 규제해야 한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협동화 및 조직화에 대한 지원 및 육성 규정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는 인터넷산업을 통합 조정관리할 수 있는 '인터넷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현재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도 해당 분야의 기본법 체계 구축 및 관련 위원회 설치 운영의 근거를 갖추기 위해 마련됐다. 여성 장애인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을 비롯해 인권 보호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여성장애인 기본법'과 '국가인권정책기본법' 등도 관련 단체의 입법청원 형태로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입법실적주의 우려

학계 및 전문가들은 최근 기본법 형태의 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과 관련,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시대 흐름이란 분석을 내놨다.

박정원 국민대 법대 교수는 "새로운 정책 추진과 환경변화에 의한 관련 법령의 체계화를 위해 기본법제 마련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도 "최근 사회적 요구와 정치적 합의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법이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 경우, 관련 기본법을 만들어 정책의 목적과 방향 및 기준 등을 명확히 하면 체제를 보다 튼튼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옥상옥이 되지 않으려면 기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기존의 법 개정을 통해서도 충분한 입법 효과가 가능한 경우까지 기본법을 제정할 경우, 기존 법률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기본법은 그 위상과 성격, 효력에 걸맞아야 한다"며 "자칫 입법실적주의와 성과지향적 입법선명성에 치우친 기본법명의 사용은 법령의 위계성과 체계성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사전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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